ICPC Asia Seoul Regional 2022에 스태프로 참가했습니다. 너무 바쁘고 정신 없어서 사진 찍은게 없다 보니 후기에 쓸 이야기도 많이 없습니다.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간략하게 써서 남기려고 합니다.
발단
10월 18일, 자소서를 쓰며 고통받던 저는 (당시에만 해도 우아한테크코스에 지원할 생각이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1주차까지만 하고 포기하게 되었는데, 관련해서는 언젠가 쓸 일이 있지 않을까요?) shiftpsh님의 연락을 받게 됩니다.
ICPC 서울대회 진행 도우미를 모집한다는 연락이었는데, 전에 한 번 모집 공고가 뜨면 누구보다 빠르게 알려달라고 shiftpsh 님께 말씀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역시 제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shiftpsh 님 답게 누구보다 빠른 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덕분에 10분도 안 되어서 신청할 수 있었습니다.
위의 공지에 (마감) 표시는 제가 볼 당시에는 없었는데, 아마 하루만에 마감된 걸 보면 꽤 빠르게 선착순 모집이 끝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선착순이었던 것 같지만 나름 외국 학교를 다닌 것과 UCPC 운영 경력을 어필하며 뽑아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한 열흘쯤 지났나... 선발되었다는 연락이 문자로 왔습니다.
적힌 대로 구글 폼을 적고 ICPC 홈페이지에 뭔가 등록하고 하면 ICPC 전에 스태프 등록을 위한 활동은 끝입니다. 사실 참가자도 아니고 별로 할 것이 많지는 않습니다. 다만 신청하고 나서 깨달은 것이 있는데 스태프는 예비소집까지 금토 양일 참가해야 하고, 금요일 아침 일찍 고양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수업 하나를 결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원래 밥먹듯이 수업을 빼먹기 때문에... (종강 때 까지 세 번 나간 수업도 있습니다) 걍 쨌습니다. ICPC가 더 중요하지 뭐
ICPC 전에 스태프들 카톡방이 따로 만들어졌는데, 들어가보니 반 정도는 아는 이름들이라 신기했습니다. PS 판 참 좁은 거 같아요.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아침 아주 일찍(9시 반)까지 고양으로 가야 한다는 점인데... 고양은 약 1시간이 좀 넘게 걸리고 여유를 두기 위해 8시에 출발해야 했습니다. 그 시간에 일어날 수 있을지 엄청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이 제 시간에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낙성대역에서 shiftpsh 님과 준원님을 만나 지하철-버스로 이어지는 대장정을 출발했습니다.
예비소집
(대충 킨텍스 짤)
한시간 좀 넘게 대중교통을 타다 보니 어느새 킨텍스에 도착했습니다. 킨텍스는 처음 와보는데, 제 생각보다 크고 넓었습니다. 행사장도 아주 넓고 좋은게, UCPC도 이런 곳에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작아도 서울이 좋을까요?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해요. 다음 전대프연 회장인 leejseo 님께서 현명하게 결정해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아무튼 이야기가 잠깐 샜지만 스태프 전용 방에 도착한 뒤 다른 스태프 분들이 오실 때까지 조금 기다렸습니다. 다들 모인 후에는 스태프 일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도 역할을 나눴습니다. 등록 부스를 담당하는 일과 등록 부스를 보조하고 행사장 내의 일을 맡는 업무 이렇게 두 가지가 있었는데, UCPC 때 약 200명의 등록을 처리한 경험이 있었기에 등록에 지원했습니다. leejseo 님은 제가 맡는 데스크를 보조해주는 역할로 한 팀을 맡았습니다. 근데 제가 실수 너무 많이 해서 leejseo 님이 메인으로 맡는게 나았을지도 모르겠어요...
(대충 등록 데스크 짤)
그래서 등록 데스크에서는 무슨 일을 하냐면... 예비소집과 본 대회의 역할이 조금 달랐습니다. 예비소집 때에는 팀원 참석 여부와 신분증 확인, 그리고 서류를 받았습니다. 이 외에 예비소집 등록 후 나눠줄 굿즈의 포장도 맡았습니다. 에코백 안에 에코백과 티셔츠와 볼펜과 기념품을 넣는 일인데 팀마다 티셔츠 사이즈가 다 다르기 때문에 꽤나 번거로운 일이었습니다. 실수할까봐 긴장하기도 했는데 UCPC 때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나름 수월하게 끝난 것 같습니다. 저희 데스크가 제일 먼저 끝났어요 짱이죠.
(대충 나는 짱 짤)
사담이지만 예비소집에서는 필수 서류 외에 키보드나 사전 등 대회장에 반입하고 싶은 물건을 사전에 제출할 수 있습니다. 혹시 그런 물품들을 가져왔는지 여쭤봤는데, 키보드를 챙겨올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팀들이 꽤 있는 거 같아서 아쉽더라구요. 내일(본 대회) 때라도 가져올 수 있냐고 여쭤보셨는데, 안타깝게도 미리 검사를 해야 하는 만큼 예비소집 때 제출하지 못한 물건은 반입이 불가능합니다. 혹시라도 다음 리저널에 나갈 팀이 있다면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이런저런 일들을 하다 보면 예비소집도 끝이 납니다. 본 대회 날은 오늘보다 더 일찍 나와야 하기에 빨리 호텔에 들어가 쉬었습니다. 제가 묵었던 호텔은 소노캄 고양이었는데, 꽤 많은 스태프 분들과 참가자 분들이 해당 호텔에서 숙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킨텍스에서 가깝기도 하고 호텔 시설도 좋았기에 개인적으로는 만족했습니다. 호텔에 들어가자마자 퍼져서 으에에... 거리다가 다른 스태프 분과 야식을 시켜먹고 일찍 잤습니다. 내일도 일해야죠.
본 대회
본 대회 날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몇 시였더라 6시 반 쯤 일어나서 비몽사몽 씻고 킨텍스로 향했습니다. 열심히 걸어가다 보니 옆에서 leejseo 님이 킥보드를 타고 경쾌하게 달리고 있었고, 준원 님이 따라서 뛰어가고 있었습니다. 텍스트로 쓰니 별거 없어 보이는데 꽤 감명깊은 장면이었습니다. 여유롭게 걷고 있었는데 옆을 슝 하고 지나가시더라구요. 킥보드 타는 법을 배워야 할까봐요.
본 대회 역시 예비소집과 크게 다르지 않게 등록 데스크를 맡았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일들을 했는데, 등록 데스크를 하며 깨달은 유의사항들을 몇 개 정리해봅니다. 먼저 티셔츠와 명찰을 꼭! 착용해야 합니다. 생년월일이 있는 신분증도 필수입니다. 이 중에 하나라도 지참하지 못하면 등록이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등록 시간 내에 오는 건 중요한 일입니다... 등록 시간을 지켜주세요... 다행히도 등록을 못 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혹시 모르니 다음 리저널에 나가실 팀은 두 번 세 번 확인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등록 데스크 업무가 정리되면 대회장에서의 업무가 시작됩니다. 스태프들이 하는 일은 대회장 내의 간단한 안내와 풍선 배달, 인쇄물 배달, 그리고 기타 등등의 업무입니다. 풍선을 세팅하고 문제지를 나눠주는 것도 스태프의 역할입니다.
여담으로 보통 프로그래밍 대회에 참가하면 풍선 갯수를 통해 문제의 난이도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참가자들의 솔브 수를 예측한 후 그 수에 맞춰 풍선을 구매하기 때문에, 풍선이 적을 수록 어려운 문제라고 예상할 수 있는 것이구요. 이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통용되는데... (풍선이 비싸기 때문에 보통 갯수를 맞춰서 삽니다) 이번 리저널의 경우 풍선 갯수를 비슷하게(!) 맞춰서 구매했더라구요. 그래서 풍선 갯수를 통한 문제 난이도 예측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풍선 수를 보고 예측했다고 말씀해주신 분도 있는데, 어떻게 맞추셨는지 신기합니다.
대회 시작 전에 풍선을 가져다 놓고 문제지를 나눠주고 이런저런 배달을 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ICPC 전통의 징 소리로 (저는 진짜 징을 치는 줄 알았는데 디지털 징이더라구요) 대회가 시작되고 난 이후에는, 바쁘게 풍선과 인쇄물 배달을 다녔습니다.
대회가 진행될 수록 알록달록한 색의 풍선이 달리는게 꽤 예뻤습니다. 사실 이 때의 기억은 너무 바빠서 잘 없습니다. 열심히 풍선을 날랐다는 기억만 있습니다. 대회가 후반에 접어들고 프리즈가 되면 한 숨 돌릴 수 있게 되는데, 이 때는 스태프 들도 스코어보드를 볼 수 없습니다. 저희도 엄청 두근두근했어요.
(대충 대회가 끝나는 짤)
대회가 끝나면 스태프들은 간단한 뒷정리를 했습니다. UCPC의 경우 쓰레기 처리를 비롯한 모든 정리를 스태프가 해서 굉장히 힘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리저널의 경우 외부 용역에서 처리하는 것 같았습니다. 조금 부러웠습니다.
마치며
사실 저는 ICPC 리저널 본선에 나가본 적이 없습니다. 1학년 때는 PS를 막 접했을 때라 나갈 생각을 못 했었고, 2학년 때는 온라인 예선만 참가했습니다. 그래서 오프라인으로 이뤄진 대회를 보는 것은 UCPC 이후로 처음이었는데, UCPC와 비슷한 점들도, 다른 점들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두 대회 모두 저에게 즐거운 경험으로 남았습니다.
요즘에 와서는 대회 참가는 거의 하지 않고 PS도 전처럼 열심이지 않은 만큼, 앞으로 몇 번이나 대회를 더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대학생 신분도 얼마 남지 않았고요. 그렇지만 어떤 위치에서라도 이런 오프라인 대회를 구경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ICPC Asia Seoul Regional 2022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에도 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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